"미혼·딩크만 죽어난다"…다자녀 공무원 승진 우대에 '시끌' [관가 포커스]

입력 2023-10-22 15:09   수정 2023-10-22 15:26


“승진은 무엇보다 능력이 우선시돼야 합니다. 다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승진 가점을 주는 것은 차별입니다. 그럼 육아휴직에 들어간 동료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는 미혼 공무원들은 뭐가 됩니까”

정부가 최근 다자녀 공무원들에게 승진 과정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공직사회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. 인사혁신처는 지난 16일 다자녀 양육자에 대한 채용·승진 등 인사상 우대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‘공무원임용령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.

개정안의 핵심은 내년부터 8급 이하 공무원 승진 과정에서 다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평가 때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. 9급에서 8급, 8급에서 7급 승진 시 다자녀 양육 공무원에 대해 승진을 배려하겠다는 뜻이다. 구체적인 다자녀 요건이나 가점 부여 방안은 각 부처 장관이 정하기로 했다. 예컨대 부처별 상황에 따라 자녀가 2명 이상만 돼도 승진 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.

공직사회에서 다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승진 가점을 부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. 민간 기업에서도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이다. 저출산 위기 극복에 기여하기 위한 개정이라는 것이 인사처 설명이다. 인사처는 당초 5급 이하까지도 적용 대상을 검토했지만, 공직사회 반발을 의식해 8급 이하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.

공무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제도 도입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. 공직사회가 저출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. 하지만 다자녀를 두지 않은 공무원들을 승진 과정에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.

내년부터 개정된 공무원임용령이 시행되면 다자녀를 둔 8급 이하 공무원들은 승진 시 가점을 받는다. 바꿔 말하면 미혼이나 자녀를 두지 않은 공무원, 자녀를 한 명만 둔 8급 이하 공무원은 승진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. 특히 출산 의지가 높은 난임 부부 공무원들마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.

딩크족(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)이라고 밝힌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“국가가 앞장서 공무원들에게 자녀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”라고 지적했다. 다자녀 공무원에 대한 승진 우대가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론 난 군 가산점 제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. 미혼이나 자녀를 두지 않은 공무원, 자녀를 한 명만 둔 공무원에 대한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.

일부 부처 게시판엔 육아휴직이 속출하면서 이들의 업무를 보충하기 위한 업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. 사회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“지금도 대부분의 미혼 공무원들이 육아휴직에 들어간 동료들의 업무를 채우고 있다”며 “그런데도 승진에서 밀린다고 한다면 도저히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”고 지적했다.

이 때문에 이번 제도 도입뿐 아니라 후속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. 예컨대 육아휴직에 따른 결원 시 보충 인원을 시급히 충원하는 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. 한 부처 과장급 간부는 “다자녀 공무원에 대한 승진 우대제도만 시행되고, 육아휴직에 따른 인원 보충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젊은 공무원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질 것”이라고 지적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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